마사재란과 마사란
그들은 머리카락과 눈 모양 그리고 꼬리 모양을 제외하면 가족이라고 생각 할 수 있는 것은 이름 하나 뿐이라서, 다들 항상 휘말리는 신경질적인 덩치 큰 그와 항상 휘말리게 만드는 쾌활하고 작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야 물론 시선이 갈 수 밖에 없다. 에오르제아에서 알아주는 뛰어난 모험가들 중 하나. 라고 소개 되는 아우라 젤라의 쌍둥이 남매라고 하는 그들은 눈에 띄지 않는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동주 오사드 대륙에 넓게 퍼진 여러 부족 중 하나인 파둘라 부족은, 딱히 지정 된 성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이름 짓기도 좀 독특한데, 부모의 이름 첫 글자를 각각 따온 후. 뒤에 아이에게 부르고 싶은 이름을 붙인다. 그렇게해서, 마사재란과 마사란이 된 둘은 어릴 때 성격이 똑같은 마사란과 다르게, 성장하면서 성격이 바뀐 마사재란은 전통적으로 2갈래로 나뉘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부족의 전통에 따라서 부족내에서 현자라고 불리는 주술사라는 수업을 받게 된 마사재란과 어릴 때부터 몸 쓰는 거 하나에는 특출난 재능을 보여 전사로써 수업을 받으며 자라고 있었다.
그런 둘이 부족지를 나가게 된 배경은 하나였다. 간혹 부족지 밖을 나가서 살고 싶을 때에는 성인식 시험 중, 가장 어렵다는 부족장의 시험을 치른 자만이 부족지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데, 우연히 그 시험을 치르고 자유롭게 부족지를 오가며 세상 밖을 구경한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눈 마사란이 그 이야기를 하며 자신도 그리 할거라는 말을 하자. 마사란에게 시달리던 마사재란은 옳다구나 하는과 동시에 새로운 지식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자신도 도전 할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 그렇게해서 부족장의 시험을 치뤄 나온 이 두 남매들이 에오르제아에 온 시기는 각각 다르다.
우선, 큰 키에 옷 맵시가 좋은 마사재란은 부족지를 17살에 나와 대륙을 전체 떠돌다. 21살에 에오르제아 도시 국가 중 하나인 그리다니아에 도착했다. 당시 훌륭한 술사가 될 것이라고 부족의 모든 사람들이 입모아 말했지만, 그는 탐구자였기에 미련 없이 부족장의 시험을 치뤄 여행길에 올랐다.
그리고 작은 키에 말라보이지만, 근육으로 다부진 마사란은 21살에 부족장의 시험을 치뤄 부족지를 나와 자신의 반쪽이 있는 에오르제아로 왔지만, 그가 있는 위치를 잘 못 들어-마사재란이 일부러 잘 못 듣게 했다.- 울다하에 도착해서 격투술을 배웠다. 원래부터 몸을 쓰는 것에는 천부적이라며, 이미 성인식 시험을 치뤄서 부족 내에서 인정 받는 최고의 전사들 중 하나였지만, 무예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까. 아니면 18살에 부족장의 시험을 보겠다고 말을 하고 3년이 지나서 통과하고 나서 부족지를 떠날 때, 그가 자신의 배웅하는 부족들을 보며 한 말은 '재란이 녀석이 있는 곳에 재미있는 걸 배우고 올게.'라고 말한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서였을까? 그는 울다하에서 아주 재미있게 격투술을 배우며 모험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각지에서 개인 활동을 하게 된 이 남매들이 다시 만난 건, 마사란이 울다하에 도착하고 1년이 지난 뒤 저녁별 만에 위치한 모래의 집에서 였다. 마사재란은 이미 열두 기적 조사회의 일원으로써 민필리아를 통해서 현자(당시 구세시맹에 속했던)들의 일을 도우며 그들의 지식을 공유받고 있던 사이였고, 마사란은 울다하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유망주로써 우연히 민필리아를 도와 열두 기적 조사회에 들어갈 능력 있는 모험가를 찾던 샨크레드가 추천을 해서 같이 온 상태였다. 그랬기에 다들 그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물론 그들이 서로를 보았을 때의 반응은 아주 대박이었다.
"너- 여태까지 내 연락을 무시하더라!"
'팡!'
"윽, 주먹은 드럽게 쎄네.... 사람 귀찮게 할게 뻔한데 뭐하러 하냐?"
다들 초면일 텐데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서로를 막대하는 모습에 놀랐고 초면이 아니라는 사실에 당황스러워 했다고 한다. 그게 당연한 것이 아우라족 특성상 여성과 남성은 체격부터 차이가 나고, 외모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아니 좀 닮았다고 해봐야 쌍둥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이들을 타인이라고 생각한 것은 성격적인 차이 때문이다.
마사재란은 처음부터 사람들을 대할 때부터 말투는 분명 정중한데 태도가 까칠했다. 좋게 말하면 공과 사를 구분 할 줄 아는 태도였고, 나쁘게 말하면 인간불신에 가까운 경계심이다. 다만 본인 스스로 인정한 사람에게는 까칠해도 태도는 부드러웠기에 그의 지인들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공적인 일에는 냉철하게 진행을 했으니 말이다.
그에 반해 마사란은 성격이 쾌활하고 호탕했다. 부족에서 인정받은 전사라서-전사장이 시험을 통과했을 때, 다음 유력 전사장은 너니 떠나지 말라고 했다.- 그런지 터프했고, 항상 말투가 씩씩하고 사람의 대함에 있어서는 친화력이 제일 좋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낯을 가리지 않아서 처음 보는 사람이여도 몇년 사귄 사람처럼 대하고 상황에 맞게 사과와 감사를 잘 말하는 타입이었다.
이렇게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누가 가족이고 쌍둥이라고 인지하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아주 태연하게 말했고 모래의 집에 있던 샨크레드는 놀란 민필리아에게 '샬레이안에 있는 르베유르 가 쌍둥이들과는 다르네.'라고 말해서 잠시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들에게 해주기도 했다.
어째든 그렇게 다시 만난 그들에게 민필리아는 소수 민족이 생활하기에는 어려운 울다하에서 힘겹게 명성을 쌓은 마사란과는 다르게 어떠한 종족이어도 능력만 있으면 받아들이는 분위기인 림사 로민사에서 명성을 쌓아올린 마사재란이 사는 곳에서 같이 활동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서 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사재란의 책만이 가득한 아파트에 마사란이 함께 살게 되었다.
함께 살게 된 그들의 행동은 어땠냐고? 책만이 가득한 집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해서 마사란이 마사재란을 끌고 나가는 일이 허다했다. 인도어파와 아웃도어파가 같이 살면 흔히 생기는 말싸움은 기본이었지만, 대체적으로 육체적인 능력은 마사란보다 딸리는 마사재란이었기에-마사란은 남자의 기본 근력은 무시할 정도의 전투력이 높다.- 금방 K.O를 외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마법으로 겨루자니 자신이 애가 된 것같아 반쯤 포기한 것도 있지만 말이다.
림사로민사에서 비술을 공부한 마사재란과는 달리 마사란은 샨크레드의 추천으로 쌍검술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가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줬다고 하는 데, 어째든 그래서 그런지 가만히 앉아서 문헌 조사와 에테르 연구를 하는 동생과는 다르게 몸을 움직이면서 제국의 움직임이나 야만족들의 근황을 조사해서 알리는 일을 주로 진행했다. 어차피 당시 에오르제아 많이 없던 민족이기도 했으니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일이 마사란에게는 더 편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같은 장소에서 지내지만, 서로 시간이 바뀐 듯 시간을 보내던 그들이 멀끔하게 해서 다시 모래의 집에 가게 되었을 때. 민필리아가 말로 이야기를 했던 루이수아 르베유르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때 당시 그들의 나이는 스물넷. 마사재란은 그의 지식에 대해 많은 말을 들었기에 그와 한 대화를 기대하고 있었고, 마사란은 그 특유의 밝음으로 근황 이야기를 했다.
사실 근황보다는 암호화 된 정보 교류였다. 직접 암호화 교류에 대한 것을 가르쳤던 마사재란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마사란이 전하는 내용을 들은 루이수아의 표정은 곧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그를 따르는 구세시맹의 현자들과 민필리아를 불러 무언가를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았을 뿐, 그들이 할일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도 마냥 편한 땅은 아니었어."
"매일 부족 전쟁으로 상처 입는 걸 보는 것보다야 한방 크게 터지는 게 났지."
집으로 돌아오고 잠시 창밖을 바라보던 마사란의 말에 마사재란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부족 전쟁을 그만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실은 그들 부족도 무리가 큰 부족들의 세력 싸움에 부족을 지키기 위한 전투를 매일 해왔다. 그것을 버티지 못한 이들을 위해서 만든 것이 실은 부족장의 시험이었다.
"넌 어떻게 말을 해도-!"
"우리가 어떻게 할지를 정하는 건 저들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에 따라서야."
'탁-'
"우린. 그저 기다리면 돼. 그에 따라 정하면 되는 거야."
"난, 이미 정했어."
마사란의 각오 다진 눈빛에 마사재란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사란은 밝기도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면이 있는 방면에 마사재란은 중립적이라, 정의보다는 실리를 추구했다. 어릴 때부터 그런 자신의 반쪽을 알고 있었기에 마사재란은 무언가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한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은 마사란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찌푸리지마. 나는 이런 일은 네게 강요하지 않아."
'스윽'
"맞아. 어쩌면 나 무모한 걸지도 몰라. 어쩌면 그들에게 영향 받은 건가?"
뒷목을 살짝 만지면서 고개를 갸웃 거리는 자신을 여전히 미간 찌푸린채 바라보자. 마사란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들이 걷는 길을 같이 걷고 싶어."
"난 이 일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난 네가 참여하지 않았으면 해."
표정을 풀지 않은 채, 마사란을 응시하던 마사재란은 그렇게 말하며 미간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는 조용히 책을 펼쳐 읽었다. 그의 모습에 마사란은 그저 아무말 없이 웃으면서 창밖을 잠시 바라볼 뿐이었다.
할 일이 정해진 열두 기적 조사회는 바쁘게 움직였다.
마사란의 경우, 갈레말 제국의 동향에 대한 조사로.
마사재란의 경우, 에오르제아 전역의 에테르 관측 조사에 대한 구세시맹의 보조 및 경호로 인해서였다.
이들이 이렇게 움직이게 된 이유는 갈레말 제국 군단장인 넬 데우스 다르누스의 메테오 계획을 시드 갈론드의 입을 통해서 알게 되면서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잠입을 하여 정보를 수집하면서 면밀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초반에 시드 갈론드를 통해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었어도 구시세맹에서는 어떤한 마법을 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잠입을 통한 정보 수집을 통해 좀 더 세밀한 내용이 드러나자. 루이수아의 주도하에 그들은 열두신 소환 계획을 발표했고, 그에 따라 민필리아의 지시로 열두 기적 조사회에서는 구시세맹을 적극적으로 돕기로 나선 것이었다.
열두 기적 조사회에 있던 이들 중, 주요 인물들은 그리다니아, 림사로민사, 울다하로 가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들에게 군사 동맹의 중요성을 알리거나 소환 된 야만신 퇴치에 바빴다면, 마사란은 이제는 넬 반 다르누스가 된 에오르제아에 온 갈레말 제국군의 군단장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하며 작은 거 하나 빠짐없이 자신이 알아낸 것을 그들에게 알렸고. 달라가브 위성이 곧 들어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고 무사히 귀환했다. 한편 구세시맹을 도왔던 마사재란은 잠깐 하늘을 보았을 때, 붉어진 하늘이 보이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잠깐의 환상을 봤다고 넘어가며 그들의 일을 도우면서 많은 정보를 교류한 파파리모와 인사를 하고 림사 로민사로 돌아와 흑와단의 소집명령을 듣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에오르제아의 존망이 걸린 이 상황을 어떤 결정으로 자신의 앞길을 정할 것이냐에 대해서 말이다.
"달라가브 위성이 점차 커지고 있데."
"알라그의 유적이라는 건 정말 대단하군...."
"맞아. 정말 대단해. 이런 상황에서도 그들이 힘을 내고 있는 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작 우리는 도와주질 못하는 거고...."
"같은 힘을 가졌다하더라도. 그들은 빛의 가호를 받고 있으니까 당연하잖아. 신경쓰지마.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정해야해."
방안에 펼쳐놓은 지도를 바라보며 대답하는 마사재란을 마사란은 빤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협업과 조사가 끝나고, 마사재란의 거처에서 서로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아까부터 둘은 충돌하고 있었다. 초반에 말했던대로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하는 마사란과 현재 에오르제아의 상황을 판단하여 이곳을 떠야한다고 말하는 마사재란이었다. 모험가가 병사도 아닌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고, 마사란은 모험가이기에 자유를 침범하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맞서야한다는 주장이었다. 어차피 계속 평행상으로 갈 이야기라, 둘다 말을 멈추고 지도만을 바라보았다.
지도를 바라보는 마사재란은 심란했다.
심란한 이유는 바로 바닷길 때문이다. 고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해로가 필수인데, 그 해로가 제국군으로 인해서 막혀버렸다는 것이고, 육로로 가기에는 길이 너무 복잡한 것으로 인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도를 바라보는 마사란은 선택지를 고르고 있었다.
그 선택지라는 것은 간단했다. 민필리아가 잠입 임무를 진행할 것인가. 혹은 총사령부의 모험가 부대에 들어가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를 물었기 때문이었다.
타닥, 벽난로에 넣어둔 장작만이 타는 소리가 들릴 쯤에, 서로 눈이 마주친 둘은 비소를 지으며 타고있는 장작으로 시선을 돌렸다.
"난 정했어."
"나 역시."
""총사령부의 모험가 부대로 전쟁에 참여해할거야.""
같은 대답에 서로 놀란 표정을 짓다가. 제일 먼저 헤에~ 하고 능글 맞게 웃으면서 마사란이 마사재란의 양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고향 땅으로 가시겠다면서요~"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지만.... 아마 해로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겠지."
"에이~ 좀 고생해서 육로로 가면 어때서?"
"무식하게 가려다가 오히려 골병들지."
콧방귀를 뀌며 말하는 마사재란의 말에 마사란은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면 어려운 길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잠깐 떠올리고는 못 마땅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안들리게끔 '육로로 가는 것도 하나의 모험일텐데.' 하고 중얼거렸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지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모습에 어깨를 으쓱이며 같이 바라보았다.
지도 위에는 붉은색과 검정색의 동전 크기의 나무 조각이 여러개 놓여져 있었고, 유독 그곳이 몰려 있는 장소가 있었다.
곧장 부딪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놓여있는 것을 바라보던 둘은 조용히 자리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빛의 전사 일행은 넬 반 다르누스의 행적을 쫒아 유명 기공사 시드의 비공정을 타고 섬을 향해 떠났고, 쌍둥이들은 총사령부에 소속 된 모험가들처럼 카르테노 평원을 향해 행군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미리 진지를 갖춰두었기에 쌍둥이들이 있는 모험가 부대는 일종의 지원군 같은 개념이었다. 열세일 때 바로 가담할 수 있도록 말이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무게감 때문인지 너스레를 떨던 마사란도 손에 쥔 비술서를 꽉 쥔 마사재란도 서로 말이 없었다. 묵묵히 걸어가던 이들 중, 한명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크게 외치고 있었다. 카르테노 평원 한 가운데로 떨어질듯 말듯 떠있는 붉은 것을 향해서 말이다. 어떤 이가 그걸 발견한 사람을 보고 참 눈이 좋다.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그 땅을 사수하려는 갈레말 제국군들의 모습에 다들 당혹감을 감추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모험가 부대를 이끌고 가고 있던 이 중 한명이 크게 소리쳤다.
"그들이 넬 반 다르누스를 물리쳤다고 한다!"
"적장이 무너졌으면 제국군들의 저 공세는 대체?!"
"연합군에서 연락이 왔다! 일단 갈레말 제국군을 막아달라고 하네!"
"그들도 곧 합류한다고 하는 군."
모험가 부대를 책임지고 이끌던 이들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마사재란은 옆에서 '다행이야...'하고 안도하는 마사란을 바라보았다. 잠깐 동안 아무 말 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펼쳐질 전장을 생각해야하는 데, 남 걱정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정신차려, 우리 코앞이 전장이야."
"나도 그 정도는 알아. 하지만, 이제 집중 할 수 있으니까."
순식간에 차분해진 눈을 보며 마사재란은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마친 부대 지휘관을 맡은 모험가들은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전장은 어느 새 코앞까지 다가오기 시작했고, 무언가를 말하려던 마사란은 잠시 입을 다물고는 그의 등을 살짝 치고 달려나가는 다른 모험가들과 함께 앞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마사재란은 자신의 코끝을 건드리는 혈향과 마도 병기가 일으킨 포격의 화약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여전히 하늘에서는 불길한 붉은 것이 떠있었지만, 사생결단으로 카르테노 평원을 사수하려는 갈레말 제국군으로 인해서 그 어느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코가 마비 될 것 같은 화약 냄새와 귀에 익혀질 것 같은 쇠소리와 굉음이 드넓은 카르테노 평원에 펼쳐지고, 푸르던 초원에는 짙은 붉은 색이 물들여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의 이변을 전장의 병사들은 신경쓰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들만의 생존을 위한 사투를 펼치며 적과 아군 그것만을 신경쓰며 하나 둘 쓰러져가는 이제 병사가 아니게 된 자들을 지나치거나 밞거나 혹은 그들을 방패로 활용하는 등, 점점 더 치열해져가는 전투. 그 누구도 이변이 일어날 징조를 보이는 하늘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막아라!!"
"야만인들을 몰아내라!!"
서로의 격한 외침이 전장 속을 울려 퍼지면서 어떤 이는 전쟁이 주는 광기로 눈이 풀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살아남기 위해서 남을 적의 칼에 희생되게 넘기는 이들마저 보일 정도로 심각해져갈 때. 이변은 한순간에 시작되었다. 하늘에 떨어질 듯 말 듯 떠있던 붉은 것의 이상을 감지했는지 퇴각 명령이 내려졌지만, 붉은 것의 반응이 먼저였다. 마치 알인 것마냥 겉에서 금이 생기면서 그 금을 중심으로 불길한 푸른 빛이 붉은 색과 섞여 어두운 보랏빛으로 크게 빛을 냈을 때, 전장 위에 있던 모든 이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아니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보랏빛을 품던 그것은 지상으로 거대한 돌덩어리를 하나 떨구어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총성과 검의 충돌 소리가 그 충돌로 잠깐 멈추었을 때, 한 순간에 검붉어 지더니 이내 마치 불을 품은 듯 균열이 일면서 감싸던 겉면들이 거대한 포효와 함께 지상을 향해 빠르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퇴각! 퇴각하라!!"
적이고 아군이고 사생결단으로 전투를 벌이던 양진영은 저 불덩어리에서 살아남아야한다는 일념 하에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 가운데에 있던 마사재란 역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는 후방 지원 쪽에 있었지만, 매섭게 떨어지는 더 불덩이를 피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도망치기 시작한 그는 고개를 돌려 지금도 달리는 이들을 바라보다가 혀를 찼다. 종족이 워낙 눈에 띄는 행색을 갖췄기는 하지만, 도망치는 이들이 많아 그가 찾는 이가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나아마의 가호를 받은 전사로써 무사하기를 바란다.'
마치 알을 깨고 나온 것처럼 겉의 불덩이들을 날려 보낸 곳에서 나타난 것은 거대한 용이었다. 거대한 용은 마치 이 대륙을 파괴하겠다는 듯이 지상으로 불덩어리를 떨구는 그 용은 마치 이성이 없는 듯 그 포효로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겨우 안전한 장소로 왔다고 생각한 마사재란은 쉴새없이 대지를 불태우고 있는 용을 바라보며 놀랐다는 것 외에 다른 말을 표현 할 수 없었다. 전장이었던 공간이 한순간에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용은 움직임을 멈추질 않았다.
'쿵'
"아- 죄송...엇, 무사했어!"
누군가를 찾는 듯 멍하니 사람들 틈에서 용이 만들어낸 재앙을 바라보고있던 마사재란은 자신과 부딪힌 마사란을 발견하고 한숨을 쉬었다. 무사 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과 무사한 것을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르니 말이다. 그렇지만 살짝 실망한 기색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하니, 그가 찾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맞다. 그들의 소식은? 들은 거 없어? 분명 같이 도망 쳤을 것 같은 데...."
"글쎄, 나는 후방 지원이라 아무-"
'카차---앙!!'
거대한 굉음이 무언가의 벽에 부딪히는 소리에 다들 고개를 한 곳으로 돌리자. 한 곳을 감싸는 듯 거대하고 푸른 색을 띄는 투명벽이 돔 형태로 펼쳐졌다. 그래서 후퇴한 모두들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마사란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허나 대지는 다시 가기에는 어수선하며 위험했다. 그러면서 곳곳에서 푸른 색을 띄는 하얀 빛기둥을 발견한 이들이 '저길 봐!'라고 외치면서 공중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두눈 똑똑히 바라보았다.
푸른 돔이 만들어진 곳에 다시 한번 공격을 가하던 용은 그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푸른 돔이 생긴 그 장소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하얀 기둥은 더 넓고 크게 펼쳐지더니 그대로 용을 감싸았다. 푸른 빛이 겹겹이 감싸며 다시 거대한 원을 만들었을 때, 땅에 있는 모든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 한숨이 멈춘 것은 그 원을 깨뜨리며 용이 거대한 불을 만들 때였다.
"도망쳐!"
"아아, 틀렸어-!"
"노피카시여...!"
"어머니 아버지...."
"아직 그 말도 전하지 못했는데...."
안전하다고 생각한 곳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사람들과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절망하는 이들, 자신의 상태를 보고 생을 스스로 포기를 한 자들 등 여러 사람들의 감정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마사재란은 텅 빈 눈을 하고 있는 마사란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알지 못한 현상에 죽는 것이 억울했다. 또 얄밉지만, 활기를 잃은 제 반쪽의 모습은 영 보기 싫은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린채 달리고 또 달렸다. 용이 모으는 그 기운을 보자 느껴지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도망치지 않으면 그대로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쿠구궁 쿠와아아앙!!!!'
용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붉은 색 기운은 하얀 빛을 띄기 시작했고, 그들은 그 빛을 목격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소리를 지르지 못한 것은 그 여파로 생겨난 잔해의 파도에 휩쓸려버렸다.
마치 바다에서 거세진 파도처럼 일어난 거대한 잔해의 물결은 카르테노 평원 전체를 휩쓸며 대지를 어지럽히더니 수 시간이 지난 후. 잠잠해졌다. 잠잠해진 하늘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해졌다.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하나 둘씩 힘겹게 일어나.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파랗게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5년 후.
카르테노 평원의 전투 이후, 두 쌍둥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 왜 왔는지가 기억이 안나는 점도 있었지만, 무언가 떠올리려고 하면 둘다 약속이라도 한 듯 하얀 빛만이 떠올라서 어떤 말을 나눠야할지 감을 잡지 못한 것도 있었다. 나중에 총사령부에서 나온 병사들이 생존자 확인을 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이런 전투에 참여를 했었구나?' 정도 였다.
몸이 회복 되고나서 치열했다던 카르테노 전투의 일들이 기억나질 않아. 둘은 서로 말이 없었지만, 마사란이 먼저 쓰게 웃으며 '갈까?'라고 한 말에 마사재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그들의 고향인 넓은 들판과 황야가 있는 오사드 소대륙으로 떠났다.
그렇게 떠난 쌍둥이들 중 먼저 다시 에오르제아에 오게 된 사람은 마사재란이었다.
공부를 더하고 싶은 것도 있었고, 그 나름대로 조사하던 것 중. 하나가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다시 온 에오르제아는 떠나기 전, 배를 타기 위해서 마지막에 들렸던 림사로민사는 다시 돌아오니 황폐했던 그 시절을 어느 정도 회복해서 다시 활발한 기운을 내보였고, 그때와는 다르게 그와 부족은 다르지만 종족이 같은 이들이나 도마의 렌족들이 보여 어쩌면, 그 전보다 더 활발해진게 아닐까하는 게 5년 만에 오게 된 그의 감상이었다.
- 헤에~ 그럼 나도 다시 가볼까?
"알아서해. 난 그저 그때보다 더 많이 나아졌다고 전할 뿐이니까."
- 오구오구 그러셨어요~ 하여간 세심하다니깐~!
"놀릴 생각이면 그만해라."
방안에서 한쪽 뿔을 만지며 중얼거리던 마사재란은 이내 들리는 쾌활한 웃음소리에 그 스스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잊은 채. 고향 땅에서 어린 전사들을 가르치고 있는 자신의 반쪽인 마사란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고향에 돌아왔을 때, 멍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던 마사란은 점차 시간이 흐르자. 다시 밝아졌다. 그가 멍한 시선으로 있을 때, 에오르제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묻는 부족민들의 말에 마사재란은 딱히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어깨만 으쓱였을 뿐이다. 이제는 밝은 모습을 보이는 마사란에 마사재란은 소파에 눕듯이 앉으며 낄낄 웃는 마사란을 향해 대답했다.
"어째든, 우리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어. 알아서해. 나는 이만 자료 좀 봐야해서 끊자."
- 그래, 굳이 연락해줘서 고마워.
"알고 싶어했잖아. 그래서 알려줬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고 링크쉘 연결을 끊은 마사재란은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가 앉았다. 쌓여있는 책들을 보아하니 오늘도 누군가 연락이나 의뢰가 없는 한 계속 책을 보며 연구를 할 생각이라는 듯이 쌓여있는 책들을 바라보며 그는 아주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책한권을 펼쳤다.
3개월 후, 마사란이 놀러오면서 그 평화가 깨질 것이라는 걸 생각도 못한채로 말이다.